리태에게 스크래처를 직접 만들어주기로 했다.
기성품은 비싸니까ㅎㅎ
리태가 매복할 때 주로 이용하는 책상의자를 선택한 이유는 리태에게 익숙한 물건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라기보단, 줄을 감을곳이 그것밖에 없어서-_-
아무튼 줄을 감기 전 의자의 모습.
다리의 저 상흔은 지금은 없는 똥개님 작품으로서 컴퓨터 하려고 앉으면 내려오라고 찡찡대다 의자에 화풀이를 해댔다.
갑자기 애가 조용해지고 발밑에서 으득으득 소리가 나서 보면 똥개가 옆으로 길게 누워서 이를 갈고 있었다.
아무튼,
목장갑을 끼고 한시간동안 열심히 줄을 감았다. 줄이 자꾸 꼬여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줄은 사이잘 소재를 이용했다. 용설란으로 만든 것이란다.
여담이지만...혹시 '애니깽'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구한말, 가난을 견디다못해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 멕시코로 이주했지만 그곳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야했던 우리 조상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용설란이 현지어로 Henequen(에네켄)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곧 우리 조상들의 이름이 된 것이다. 용설란은 굉장히 질기고 잎 가장자리에 가시가 무수히 나는 식물이란다. 타향에서 질기게 살아남은 우리 동포들의 삶을 상징하던, 가시밭길같은 그들의 운명을 상징하던 애니깽이란 이름은 어딘가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 이름인 것 같다.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이 이들 애니깽을 주제로 하고 있어 픽션일지라도 우리 동포가 겪었을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용설란은 데낄라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용설란으로 풀케라는 탁주를 만드는데 이 풀케를 증류시킨 것이 바로 데낄라. 데낄라 병 속에있는 애벌레가 바로 용설란에 사는 애벌레란다.
여튼, 이렇게 사이잘 로프에서 시작하여 애니깽을 거쳐 데낄라-호세 꾸엘보-용설란 애벌레로 끝나는 마인드맵을 하며ㅎㅎ 의자 다리에 열심히 줄을 감은 결과
짜잔!
빡빡하게 당겨 감느라 생각보다 힘들었다.
게다가 리태때문에 집에 약하게나마 보일러를 돌리고 있어서 저에게는 굉장히 더워서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생각했던대로 완성해서 기분은 좋다. 리태에게 장난감을 만들어 준 것도 좋지만 그냥 내 손으로 뭔가 생산적인 작업을 해나갔던 과정도 좋았다.
그리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리태가 오늘은 저기에서 발톱을 가는 시늉까지 해서 더더욱 기분이 좋다.
그동안 리태는 내 다리를 베고 누워 열심히 장난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