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리태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고양이다.
주말에 녀석을 집에 데리고 와서 월요일이 되어 출근해야했던 날부터, 하루종일 혼자 있게 해야해서 미안한 마음에 조금 일찍 일어나 놀아주었더니 그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아니면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녀석들도 있는건지
내 리태는 지난주까지는 다섯시 반이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나를 깨웠다. 머리카락을 물어뜯거나 손가락 발가락을 잘근잘근 씹기도 했으며 급기야는 이불에 오줌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오줌테러는 나를 깨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아직 화장실 가리기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던 녀석이 이번 주 들어와서는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졌다. 월요일은 다섯시, 화요일은 네시 반이더니 오늘은 네시가 되어서부터 일어나 온 식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리태는 먼저 내게 뽀뽀를 한다. 까슬한 혓바닥으로 내 얼굴을 고루 핥아준다. 까슬하긴 해도 리태의 뽀뽀에 기분이 좋은 나는 일어나기보다 오히려 더 깊은 잠에 든다. 그러면 리태는 다음 목표를 공략한다. 바로 미남이다.
우리 미남이는 자신과 사람을 제외한 모든 동물에게 친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가서 괴롭히거나 못살게굴지는 않는데 상대방이 가까이 오면 으르렁대거나 몸으로 밀어낸다. 리태에게도 마찬가지다. 겁도, 기억력도 없어뵈는 리태는 어제의 미남의 반응을 까먹고는 또 미남에게 들이댄다. 엉덩이에 '왕!' 하고 달려들어 깨무는 것이다. 그럼 미남은 엄청난 소리로 리태에게 위협을 가하는데(물거나 하진 않는다. 그저 경고음일뿐.) 그때가 되면 온 식구가 모두 일어난다.
오늘 아침도 미남이의 무시무시한 경고음에 오히려 내가 놀라서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일어났고 동생도 미남을 말리기 위해 일어났으며 똥개는 시끄러움에 일어났다.
리태는 미남의 위협에도 전혀 주눅이 들거나 겁먹지를 않는다. 이번에는 똥개에게 달려든다. 으르렁대기는 똥개도 마찬가지다. 우리 똥개는 딱히 리태를 귀찮아하지는 않지만 아침에는 예민한 녀석이다. 잠이 덜 깼을때는 사람이 만지는 것도 썩 내켜하지 않아서 가끔은 으르렁대기도 한다. 그런 똥개니, 리태가 달려들면 낮게 경고음을 내거나 피하기 바쁘다. 그때가 되면 내가 나서야 한다. 내게도 소중한 똥개가 예민한 아침시간 만큼은 누구보다 편안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리태와 공놀이를 한다. 리태가 오직 공에만 집중하게끔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던지고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내 잠도 깬다. 그렇게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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